카멜트로피는 1980~1998년까지 약 20년간 전 세계 극한 지역을 무대로 개최된 오프로드 탐험 대회였습니다. 이 대회는 단순한 속도 경쟁이 아니라, 차량과 인간이 자연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기 위해 협력하는 과정을 강조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랜드로버를 비롯한 뛰어난 오프로드 차량들이 있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카멜트로피에 투입된 참가 차량들의 특징과 변천 과정을 분석하고, 각 모델이 대회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상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레인지로버로 클래식의 시작
카멜트로피의 초창기인 1980~1981년 대회에는 랜드로버 시리즈 III 모델과 레인지로버 클래식이 사용되었습니다. 당시 대회는 아마존 강을 중심으로 진행되었으며, 코스는 대부분 정글과 늪지대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레인지로버 클래식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4륜구동 기술과 코일 스프링 서스펜션을 갖추고 있었으며, 높은 지상고와 강력한 견인력을 기반으로 정글 탐험에 최적화된 성능을 발휘했습니다. 시리즈 III는 전통적인 리프 스프링 서스펜션을 사용했지만, 단순하고 견고한 구조 덕분에 현장에서 쉽게 수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이 시기의 차량들은 특별한 개조 없이 참가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대회 난이도가 올라가면서 차량 개조의 중요성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카멜트로피 차량은 강력한 윈치, 스노클, 루프랙, 추가 연료탱크, 강화 서스펜션 등의 개조를 기본으로 극한 탐험을 극복하기 위해 장비들을 장착하게 되었습니다.
디펜더 시리즈의 강력한 오프로드
1980년대 중반부터 카멜트로피 공식 차량으로 자리 잡은 것은 바로 랜드로버 디펜더 시리즈입니다. 디펜더 90, 디펜더 110 모델은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과 내구성, 단순한 구조로 인해 극한 환경에서 압도적인 신뢰성을 제공했습니다. 디펜더는 뛰어난 접근각, 이탈각, 브레이크오버 각도를 바탕으로 깊은 진흙탕, 바위 지대, 급경사 구간을 무리 없이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알루미늄 바디 패널을 채택해 부식 저항성을 높였고, 차체 수리도 간단해 현장에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카멜트로피 참가를 위해 디펜더는 다음과 같은 추가 사양을 갖췄습니다. 강력한 기계식 윈치, 고강도 스노클, 루프탑 텐트 장착이 가능한 루프랙, 리프트 업된 서스펜션, 대형 오프로드 타이어, 내구성 강화 전자장비, 다목적 공구함, 추가 연료탱크, 야간 주행을 위한 보조 라이트 등이 그것입니다. 특히 디펜더 110은 긴 휠베이스를 바탕으로 뛰어난 적재 공간을 제공했으며, 팀원들과 장비를 동시에 수송할 수 있어 탐험 베이스캠프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디펜더는 이후 카멜트로피의 상징적인 차량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디스커버리 시리즈 전환
1990년대에 들어서면서 카멜트로피 대회 차량은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시리즈로 전환되었습니다. 특히 디스커버리 200Tdi, 300Tdi 모델이 대회 공식 차량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디스커버리는 디펜더에 비해 승차감과 실내 편의성이 크게 향상된 모델이었으며, 동시에 우수한 오프로드 성능을 유지했습니다. 풀타임 4륜구동 시스템, 고강도 새시 프레임, 낮은 기어비 세팅 등은 극한 지형에서도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디스커버리는 대회 사양으로 제작될 때 다음과 같은 강화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고강도 루프랙, 기본 장착 스노클, 강화 프로펠러 샤프트, 전자장비 방수 처리, 보조 연료탱크 설치, 차량 하부 보호판 추가, 윈치와 야간 탐색용 추가 조명 설치가 그것입니다. 디스커버리 300Tdi는 특히 뛰어난 내구성과 수리 용이성으로 극한 환경에서도 꾸준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며,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디펜더 못지않은 신뢰를 얻었습니다. 무엇보다 넉넉한 실내 공간은 긴 여정 동안 참가자들에게 큰 심리적 안정을 제공했습니다. 1997년 이후 일부 대회에서는 랜드로버 프리랜더 모델이 투입되었습니다. 프리랜더는 디펜더나 디스커버리에 비해 차체가 작고 승용차에 가까운 승차감을 제공하는 SUV였지만, AWD 시스템을 기반으로 일정 수준의 오프로드 능력도 갖추고 있었습니다. 카멜트로피 후반부, 특히 1998년 티에라 델 푸에고 대회와 1999년 남아프리카 대회에서는 프리랜더가 정찰용 및 지원 차량으로 활용되었습니다. 프리랜더는 장거리 주행과 비포장도로에서 빠른 기동성을 발휘했지만, 깊은 진창이나 극한 오프로드 구간에서는 디펜더와 디스커버리에 비해 한계를 보였습니다.
결론
카멜트로피 대회 참가 차량들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생존과 탐험의 필수 파트너였습니다. 랜드로버 디펜더는 거친 자연을 돌파하는 힘을 상징했고, 디스커버리는 극한 환경 속에서도 인간을 보호하는 역할을 했으며, 프리랜더는 기동성과 정찰 능력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차량들은 참가자들과 함께 강을 건너고, 진창을 뚫고, 산을 넘었습니다. 고장이 나면 스스로 고치고, 침수가 되면 응급 복구하며, 언제나 인간의 도전을 지원하는 든든한 동반자가 되어주었습니다. 카멜트로피는 결국 인간과 기계가 서로를 믿고 의지할 때 진정한 탐험이 가능하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오늘날에도 카멜트로피 참가 차량들은 오프로드 탐험의 상징으로 남아 있으며, 여전히 전 세계 탐험가들에게 깊은 존경과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