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카멜트로피(Camel Trophy)는 세 번째 목적지로 남태평양의 미지의 땅, 파푸아뉴기니(Papua New Guinea)를 선택했습니다. 아마존의 정글, 수마트라의 밀림을 지나 더욱 험난한 환경으로 향한 이 탐험은, 단순한 레이스가 아닌 인간과 자연, 그리고 기계 사이의 극한 도전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남았습니다. 오프로드 마니아들 사이에서 '가장 혹독했던 카멜트로피'로 회자되는 이 대회는, 카멜트로피 정신이 어떤 것인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 무대였습니다.
카멜트로피 1982년 파푸아뉴기니 극한 대회
카멜트로피는 매년 개최지를 바꾸며 지구의 가장 험난한 지역을 무대로 삼았습니다. 1982년 주최 측은 이전보다 더 도전적인 환경을 찾고 있었고, 결국 선택된 곳이 바로 파푸아뉴기니였습니다. 이곳은 열대 우림, 급류가 흐르는 강, 날씨 변화가 극심한 고산지대, 그리고 여전히 외부 세계와 단절된 토착 부족들이 살아가는 지역이었습니다. 정글이라는 말로도 부족한 이 지역은 지구상의 마지막 개척지라 불릴 만큼 거칠고 예측할 수 없는 자연을 품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환경은 카멜트로피가 추구하는 철학과 완벽히 맞아떨어졌습니다. 모험, 팀워크, 생존, 자립 이러한 가치를 오롯이 시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파푸아뉴기니였고, 이 대회는 그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실험하는 프로젝트가 되었습니다.
랜드로버의 완전한 등장과 차량의 진화
이 대회부터 카멜트로피의 상징이 된 차량, 랜드로버 시리즈 III의 대규모 투입이 이뤄졌습니다. 이전 대회와 달리, 1982년에는 사전에 대회 전용으로 개조된 차량들이 참가팀에 제공되었고, 이는 랜드로버와 카멜트로피 간 협력 관계가 본격적으로 강화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차량은 루프랙, 외부 연료통, 하이리프트 잭, 샌드트랙, 스노클, 정글 커팅 블레이드 등 각종 정글 주행 장비로 무장되어 있었으며, 무게 중심을 맞추기 위해 배터리와 장비 배치까지 신중히 설계되었습니다. 이때 적용된 튜닝과 장비 구성은 이후 오버랜딩 차량 세팅의 표준 모델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수많은 오프로드 팬들에게 카멜트로피 스타일이라는 용어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예측 불가능한 정글, 현지 문화의 조우
파푸아뉴기니의 정글은 참가자들에게 단순한 험로 그 이상이었습니다. 급작스럽게 불어난 강물, 눈앞을 가리는 폭우, 갑자기 무너지는 진흙언덕, 수풀에 가려진 수렁 등, 대부분의 코스는 차량으로는 접근조차 어려운 수준이었고, 그중 일부 구간은 참가자들이 직접 길을 만들어야만 했습니다. 참가팀은 국적별 2인 1조로 구성되었으며, 무전기나 위성 위치 장비 없이 오직 지도와 나침반, 팀워크만으로 루트를 완주해야 했습니다. 상황이 심각할 경우 다른 팀에게 구조를 요청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문제는 팀 내부에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차량이 진흙에 빠지면 샌드트랙과 나무받침으로 탈출해야 했고, 기계 고장은 팀원이 직접 수리해야 했습니다. 보급은 극도로 제한되었으며, 각 팀은 모든 식량과 연료를 자력으로 조달하고 관리해야 했습니다. 어떤 팀은 차량 침수로 인해 며칠을 정글 한가운데 고립되기도 했으며, 또 어떤 팀은 뱀이나 벌레에 물려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 팀원 간의 신뢰와 의사소통은 필수였고, 이는 단순한 드라이빙 스킬을 넘어 인간성과 공동체 의식을 시험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1982년 파푸아뉴기니 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현지 부족과의 상호작용이었습니다. 카멜트로피 팀은 원주민 마을을 지나거나 마을 주민들의 도움을 받아 강을 건너는 등의 상호 협력 상황을 여러 차례 겪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원주민은 외부 세계와 접촉이 적었기 때문에, 참가자들은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상호존중을 기반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참가자들에게 탐험이 단순히 자연을 정복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했습니다. 인간은 환경과 공존해야 하며, 문화와 소통할 수 있어야 진정한 탐험가가 될 수 있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이 철학은 이후 카멜트로피의 핵심 가치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의 오버랜딩 문화에도 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결론
1982년 대회는 단순히 가장 험한 코스가 아니라, 가장 완성도 높은 철학을 보여준 대회로 평가받습니다. 차량 기술, 인간의 한계, 환경과의 상호작용, 팀워크까지 모두 담겨 있던 이 대회는 이후 카멜트로피 운영에 있어서 핵심 모델이 되었으며, 팬들에게도 원형으로 간직되고 있습니다. 카멜트로피를 상징하는 이미지, 진흙에 잠긴 랜드로버, 물 위에 설치된 임시 목교, 바나나잎으로 얼굴을 가린 탐험가, 지도와 나침반으로 길을 찾는 모습, 이 모두가 파푸아뉴기니 대회에서 확립된 것입니다. 그만큼 이 대회는 카멜트로피 역사에서 상징적이고 결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오늘날 오프로드와 오버랜딩은 단순한 레저를 넘어 삶의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뿌리는 분명합니다. 바로 1982년 파푸아뉴기니의 정글 한가운데서, 진짜 탐험가들이 땀과 흙으로 써 내려간 그 기록 속에 있습니다. 카멜트로피는 끝났지만, 그 정신은 여전히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오늘 오프로드에 시동을 거는 그 순간, 이미 그 전설과 같은 길 위에 서 있는지도 모릅니다.